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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수사]『舊안기부 對野공작,작년6월부터 시작』

입력 | 1998-03-24 20:08:00


안기부의 야당침투 북풍공작이 공식문서까지 위조하면서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북풍공작의 핵심인물인 ‘흑금성’박채서(朴采緖)씨가 안기부 자체조사에서 자신이 관련된 공작 과정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씨가 밝힌 북풍공작의 전모는 안기부의 공식문서 내용과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안기부의 야당침투 공작이 대선 6개월 전인 97년6월부터 시작됐다는 것은 박씨의 진술과 안기부 문서가 일치한다. 지난해 6월은 여당이 후보경선문제로 혼란에 빠진데 비해 김대중(金大中)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던 시점으로 북한이 김후보 진영에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북풍공작의 성격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인 야당 침투공작 착수동기에 관해서는 안기부 문서와 박씨의 진술이 엇갈린다.

박씨는 안기부 공작관의 지시로 야당에 접근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흑금성공작의 책임자였던 전 안기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6월 북한이 흑금성에게 야당인사들과 접촉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것을 분명히 문서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박씨의 진술과 전 안기부관계자의 설명이 모두 사실이라면 안기부의 문서 자체가 조작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즉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이나 일부 핵심관계자들이 공모해 북한이 박씨에게 야당접촉 지령을 내린 것처럼 서류를 꾸몄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선거때마다 김후보의 색깔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국민회의 관계자들을 접촉토록 지령을 내렸다면 ‘국민회의의 대공 혐의점 추적’이라는 명분아래 안기부 조직을 합법적으로 야당 침투공작에 이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김차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