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종호(金宗鎬) 박세직(朴世直)의원의 탈당의사 표명을 계기로 야당의원들의 연쇄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한나라당은 28일 전면적인 대여(對與)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진정국면에 접어든 북풍(北風)정국에 뒤이어 또다른 전선(戰線)이 형성돼 정국은 ‘4·2재 보궐선거’와 ‘6·4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한동(李漢東)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여권이 북풍사건의 실체적인 진실규명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되돌아오자 ‘의원 빼내가기’를 통해 본격적이고 총체적인 정계개편공작을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이대표는 “여당의 야당파괴음모가 구체화, 가시화될 경우 지금까지의 국정협력을 중단할 수도 있다”면서 “여당은 야당파괴공작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총리서리체제 종식을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투표절차를 강행하고 △국회농성 등 모든 투쟁방법을 동원하는 한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대여투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반발에 대해 이날 청와대 주례회동을 가진 김대통령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여당은 인위적으로 야당을 건드리거나 파괴하지 않으며 이 시간 현재 정계개편을 할 생각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이 전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오죽하면 국민이 정계개편을 바라고 있겠느냐”며 “야당도 하루속히 태도를 바꿔 정부 여당을 도와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도 이날 간부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과 힘을 여당을 견제하고 감시하는데 쓰지 않고 국정운영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는 데 대해 ‘차라리 정계개편을 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민련은 박총재가 27일 정계개편 추진의사를 강력히 밝힌 것과 관련, 주말에도 한나라당의 충청권 및 민정계 의원들에 대한 각개격파식 접촉을 벌였다.
자민련은 특히 재 보선에 미칠 파급효과를 의식해 한나라당 탈당의사를 밝힌 김,박 두 의원의 입당식을 30일 대구 경북지역에서 가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의 대여 강경자세에는 의원들의 연쇄탈당 움직임이 전당대회를 앞둔 당의 내홍(內訌)과 얽혀 당분열사태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두 의원 외에 자민련의 영향권인 충청지역 및 자민련출신 일부의원 등 7,8명은 이미 탈당결심을 굳히고 결행시기를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측은 탈당움직임이 계속 확산될 경우 과반수 의석에 미달돼 정국운영의 지렛대를 잃을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현재 의석은 손학규(孫鶴圭) 김기재(金杞載)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남평우(南平祐)의원의 사망, 최욱철(崔旭澈)의원의 의원직상실로 총리임명동의안 투표당시 의석수(1백61석)보다 4석이 줄어든 1백57석이다. 따라서 4개 지역 보궐선거로 재적의원이 2백94명이 될 경우 10여명의 의원이 탈당하면 한나라당 의석수는 과반수에 못미치게 된다.
〈이동관·양기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