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영 이혜진 결혼 전격발표’ ‘첫눈에 반해 20개월간 서울∼용인을 오가며 남몰래 데이트’ ‘사랑이 최고라는 믿음으로 커가는 멋진 커플’.
삼성에버랜드 방송센터의 정도영PD(33)와 사외보편찬실의 이혜진씨(26)커플이 지난해 10월 펴낸 ‘결혼신문’의 머리제목들. B4사이즈의 아트지 앞뒷면에는 둘의 결혼사실을 알리는 톱기사와 연애 시절 자주 만난 연애코스정보, 둘의 모습을 담은 큼직한 컬러사진도 실렸다.
‘멋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호랑이와 애교만점의 깍쟁이 여우가 만났을 때, 감동지수 100%의 사랑이 이뤄진다는데…!!/호랑이 △△ ♥ 여우 △△/때 1998년 3월22일/여의도 ◇◇예식장.’ 3월초 ‘온라인 청첩장’서비스(go CWED)를 개시한 PC통신업체 천리안에 올려진 전자청첩장의 내용.
매년 40여만쌍이 결혼하면서 제작, 배포하는 청첩장은 약 1억2천만장. 1쌍에 15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볼 때 6백여억원의 시장규모. 하지만 결혼시즌이 닥쳐왔는데도 청첩장 업계는 울상이다.
한 청첩장업계 관계자는 “IMF삭풍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10∼15%가량 줄었다”면서 “게다가 ‘경조사가 있어도 알리기 껄끄럽다’는 분위기가 확산돼 5백장 정도였던 쌍당 주문량도 3백∼4백장으로 줄어들고 싼 제품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푸념했다.
돌리자니 부담스럽고 안돌리자니 결례가 될 것 같은 청첩장. 하지만 신세대의 아이디어는 이런 와중에서도 ‘틈새’를 발견하고 있다.
정PD부부처럼 결혼신문이나 ‘결혼카탈로그’ 같이 받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청첩장을 제작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또 전화 팩스 엽서 등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청첩장 제작경비를 줄이기도 한다.
22일 결혼한 변영욱(27·D사 근무) 허은주씨의 청첩장.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두 사람이 함께 나온 초등학교졸업사진을 싣고 ‘만남’ ‘해후’ ‘사랑 그 외로움’ ‘하나가 되기 위하여’ ‘연애 7년째에 이뤄진 사랑’의 소제목 아래 결혼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나아가 “어머니, 부족한 며느리 예쁘게 봐주세요” “저희는요, 아들딸 구분없이 둘만 낳고 살거예요”식의 ‘민원성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맨 뒷면에는 청첩장의 기획자 글쓴이 디자인한 사람과 인쇄비용까지 적어 놓았다.
14일 결혼한 윤민정(29·J패션업체 기획실) 김현중씨(31·D그룹 비서실) 커플. 둘은 1백40원짜리 관제엽서 3백장을 구입했다. PC를 이용해 ‘3월 14일 오후 2시 △△예식장에서 결혼합니다. 시간이 있으시면 오셔서 축하해주세요’라는 내용을 프린터로 출력해 엽서에 일일이 붙여 보냈다. “보고나면 버리는 청첩장을 제작하는데 비싼 돈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이들의 생각.
전화메시지업체인 ‘윈컴’(02―605―1115)은 자동다이얼링시스템(ADS)을 이용, 전화메시지로 결혼청첩을 대신해주는 ‘신세대 웨딩콜’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표 강요식씨는 “1백명당 2만원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고 무선호출기 음성사서함에 녹음도 해주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청첩장제작업체(02―945―9001)인 ‘애니프’는 기존 청첩장의 절반가격으로 내놓은 낱장청첩장 ‘2분의1 알뜰 청첩장’으로 지난해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