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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전한 선거혼탁

입력 | 1998-03-29 20:04:00


영남 네 곳의 국회의원 재선거 또는 보궐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합동연설회도 끝났고 몇 차례의 정당연설회와 개인연설회를 남겨놓았을 뿐이다. 이번 재 보선은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다. 여권으로서는 약세지역에서 의석을 하나라도 확보하거나 늘려야 하고 야권으로서는 지지기반을 지켜야 하는 처지일 것이다. 그래서 여야 모두 거당적(擧黨的) 지원체제로 임해 선거전을 과열시켜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승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걸려 있다. 정치개혁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냐가 그것이다. 정치개혁은 오래됐으면서도 아직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국가적 숙제의 하나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 요구되는 정치개혁은 요원하다. 정치개혁의 시작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눈앞의 선거를 깨끗하고 성숙하게 치르는 일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지역방송에 의한 TV토론회가 여섯 차례나 열린 것은 잘된 일이다. 돈 덜드는 선거를 정착시키려면 ‘미디어선거’를 대통령선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에도 확대해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번 TV토론회는 그런 방법상의 문제를 얼마간 해결해 보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선거전은 매우 혼탁하다는 보도다. 청중동원 금품살포 흑색선전 고소고발과 향응 시비가 끊이지 않고 이미 여러 사람이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선관위의 주의나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전국규모의 선거에서 나왔던 혼탁상이 거의 모두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관련자들은 자숙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대결은 찾아보기 어렵고 그 대신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동이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다. 특히 현지에 지원나간 중앙당 간부들조차 그런 짓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지역적 특수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가 언제까지나 그런 수준에서 맴돌게 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려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자격을 스스로 내던지는 처사다. 그런 정치인들은 각성해야 마땅하다.

선거는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성숙한 유권자는 얄팍한 선거운동에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비열한 선거운동을 했던 측을 심판할 줄 알아야 한다. 남은 사흘 유권자들은 냉철하게 판단하고 현명하게 선택하기 바란다. 선관위를 비롯한 관계당국의 엄정한 대처도 아울러 당부한다. 이번 재 보선이 선거풍토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개혁의 성패는 의석 4개의 향방보다 훨씬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