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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마라톤]황영조씨, 마스터스 5㎞부문 우승

입력 | 1998-03-29 20:04:00


몬주익언덕을 박차고 오르던 그 힘찬 발걸음. 바르셀로나의 폭염보다 뜨겁던 그 거친 숨결.

손기정옹의 56년 묵은 일장기의 한을 풀어준 영웅. 4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 마라톤 최고기록(2시간08분09초) 보유자.

그러나 96동아국제마라톤에서의 참패로 애틀랜타올림픽 대표에서 탈락한 뒤 26세의 한창 나이에 주저앉고 말았던 비운의 마라톤 천재.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28)가 ‘고향’에 돌아왔다. 천년고도 경주를 다시 찾은 그는 이번엔 선수가 아닌 일반인 자격으로 29일 제69회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5㎞부문을 달렸다.

물론 1위를 차지한 그의 기록은 18분15초.

그가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것은 은퇴 2년만에 이번이 처음.

황영조는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팬에게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유니폼과 신발을 새로 맞추고 대회 20일전부터 경기도 양평 집근처에서 현역선수인 이의수와 한강변을 달리며 몸을 만들었다.

“처음엔 낯뜨겁기도 했지만 막상 레이스에 참가하니까 승부근성이 발동하데요.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힘껏 달렸어요.”

황영조에게 동아마라톤은 깜짝 데뷔와 눈물의 은퇴식을 함께 치른 영욕의 무대. 풀코스에 첫 도전한 91년 대회에서 일약 3위에 올라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 일본 벳푸―오이타대회에서 2시간08분47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슈퍼스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로선 30년대의 손기정옹과 마찬가지로 동아마라톤이 그의 마라톤 인생을 열어준 마음의 고향인 셈.

그러나 황영조는 96년 대회에선 발목부상이 겹쳐 20㎞지점을 지난 뒤부터 걷다뛰다를 반복하다 20위권밖으로 처지는 수모를 당하며 또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고려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제2의 마라톤 인생을 열어가고 있는 황영조. 2년후 다시 찾은 천년고도 경주는 현역복귀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음에 틀림없다.

〈경주〓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