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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재홍/인기 연연않는 주룽지

입력 | 1998-03-29 20:49:00


주룽지(朱鎔基) 신임 중국총리가 제시한 ‘세가지 줄이기’(三減·3감)를 보면 꼭 우리 고위관료들에게 충고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국내시찰때의 차량과 수행인원, 회의시간과 참석인원, 접대와 연회가 3감의 구체적 대상이다. 그는 또 5년임기의 새 내각이 경제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 1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1년이 새 정부 개혁안의 태생(胎生)적 골격형성기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朝日)신문은 주총리가 19일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내외신 회견을 1면 두번째 머릿기사로 실었다. 그는 “어제 타임지에 실린 내 얼굴사진이 수일전의 뉴스위크보다 좋더라”면서 “그러나 내 얼굴이 그렇게 잘 생긴 편은 아니다”고 말해 회견장의 긴장을 폭소로 풀었다. 8% 경제성장, 인플레율 3%이하, 위안(元)화 평가절하 불용이 그가 내건 정책목표다.

▼주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인준안 표결에서도 최고 지지를 받았다. 찬성 2천8백90표, 반대 29표,기권 31표로 지지율 98%. 순간 이번 대회중 가장 큰 박수가 터졌다. 리펑(李鵬)상무위원장이 11.2%, 장쩌민(江澤民)주석도 2.2%의 반대 및 기권표를 받았다. 후난(湖南)성 태생으로 어려서 부모를 잃고 혼자서 공부한 고아출신이 12억 중국인의 지도자로 우뚝선 모습이었다.

▼주총리가 3감과 함께 내놓은 5개항 요구중 ‘엄격한 행정을 펴되 남의 미움사는 것을 두려워 말 것’이 눈에 띈다. 그는 취임회견에서 “국유기업과 금융, 정부기구 개혁”을 공언했다. 1천만명 가까운 실업자 발생이 예상되는 악역이지만 일시적 지지율이나 인기에 연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새 정부엔 전에없이 정치인출신 장관이 많다. 인기에 약한 정치인 각료들이 주총리의 이런 말에 귀기울였으면 한다.

김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