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순방중인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24일 우간다의 한 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진이 전세계에 보도됐다. 하지만 같은 시간 우간다의 북쪽지방에서는 소년병들이 지옥훈련을 받고 있었다.
우간다 현 정부에 저항하는 아콜리족 반군인 ‘신의 저항군(LRA)’은 그동안 인근 어린이들을 납치해 무자비한 ‘인간병기’로 훈련시켜 왔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신의 저항군’에 소속된 소년병의 수를 3천∼5천명으로 추산한다.
클린턴대통령이 방문한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도 상당수의 소년병이 전투에 가담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국장은 최근 포린 어페어즈지의 기고문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소년병은 25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만18세 미만의 병사를 의미하는 소년병은 주로 오랜 내전으로 정규 병력이 고갈된 나라의 반군쪽에 많다.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스리랑카의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 우간다의 신의 저항군 등이 대표적. 버마 콜롬비아 과테말라 페루 수단 등에는 정부군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년병은 명령을 잘 따르고 충성심이 강하다. 봉급이 낮은 것도 장점. 더욱이 예전보다 총기가 가벼워지고 다루기 쉬워짐에 따라 소년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7년 내전이 끝난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민병대는 6만명의 대부분이 어린이였고 이중에는 일곱살짜리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강제징집되거나 납치된다. 교회에서 예배를 보거나 학교에서 수업중 끌려가는 경우도 많고 종교적 이유로 입대하는 소년도 있다.
소년병은 입대후 담력을 키우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모잠비크 반군단체의 한 소년병은 가족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페루의 반군단체 ‘빛나는 길’은 소년병에게 한 마을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전장에서 어른들의 총받이로, 때로는 전령이나 척후병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는 소년병들.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는 한 ‘어린이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