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이다. 황영조가 내외신 기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눈물의 은퇴회견을 했다. “더 이상 뛸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96동아국제마라톤에서의 참패로 애틀랜타올림픽 대표선발이 좌절된 몬주익의 영웅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당시 육상연맹은 대회 직후 황영조를 슬쩍 대표에 끼워넣는 편법을 썼다가 언론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황영조는 떠났다. 원칙론의 승리였다.
그로부터 2년후. 육상연맹이 다시 무원칙의 미로속을 헤매고 있다.
연맹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3월의 동아마라톤대회를 12월 방콕아시아경기 대표선발전을 겸해 치른다는 방침을 정했다. 10월에 열리는 춘천마라톤은 아시아경기와 일정이 붙어있어 선수들이 두 대회를 모두 출전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
그러나 연맹은 23일 마라톤위원회에서 이를 번복, △동아마라톤 남녀우승자는 기준기록을 통과하면 우선 선발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국내외 대회 상위 입상자중 기록, 코스 및 선수의 상태를 판단해 강화위원회에서 남녀 2장씩의 티켓 주인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육상연맹은 1년2개월전의 기록으로 방콕아시아경기의 예선전을 치르는 우를 범하게 됐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