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공표되는 기업의 결산재무제표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미국에서 회계학석사학위를 받은 나도 솔직히 기업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청와대 고위관계자)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들이 결산공고를 할 때 국제기준에 맞는 대차대조표와 함께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약식재무제표’를 별도로 공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일 “약식재무제표의 공표를 통해 부실은행과 부실기업을 조기에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촉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식재무제표는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회계법인 감사보고서의 특기사항 등을 모두 기록하되 계정항목을 단순화하고 용어도 최대한 쉽게 풀어쓰게 된다.
이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은 약식재무제표를 통해 해당기업의 투자가치를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실기업은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대차대조표와 함께 영업이익 매출이익 경상이익 등을 담은 손익계산서도 함께 공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회계법인이 작성하는 감사보고서의 특기사항과 각주도 일반인에게 공표하고 일본식 회계용어도 쉽게 이해하도록 정비하기로 했다.
감사보고서의 각주에는 당기순이익이 영업활동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고정자산 처분으로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등을 기록한다.
또 감사보고서의 특기사항은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월결손금이 쌓여 장기적으로 기업전망이 좋지 않다”는 내용 등을 기록한다.
정부 관계자는 용어 개선과 관련, “대차대조표를 ‘재무현황표’ ‘재무상태표’로, 이월결손금을 ‘누적된 손실’로, 당기순이익을 ‘올해 발생한 수익’ 등으로 쉽게 풀어쓸수있을것”이라고말했다.
이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회계 실무자가 조금만 고생하면 용어 풀어쓰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며 “혼란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상법상 신문에만 공표하게 되어있는 기업 결산공고를 온라인상에서 찾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관공서 등에서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 회계 장부 실태
우리나라 회계기준은 국제기준과 달리 애매모호한 데다 기업들이 온갖 방법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해온 게 사실이다.
투자자들이 결산공고를 믿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회계기준은 특히 총자산과 총부채가 얼마인지 파악하기 어려우며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는지도 알 수 없게 돼 있다.
금융기관들은 시가가 취득가의 절반도 안되는 유가증권을 다량 보유하고서도 대차대조표에는 재무상태가 건전한 것처럼 위장하는 식이다.
게다가 공표되는 대차대조표도 회계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