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여성이 찾아왔다. 한참 머뭇거리다 털어놓는 말.
“남편은 결혼 초부터 성생활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때는 저도 그런가보다 했죠. 그러나 친구들 말을 들으니 그게 아니더군요. 친구들 남편들은 아내의 반응에도 신경을 쓰고 아내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노력한다는데 남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그런 표현을 간접적으로 하면 화를 냅니다. 무조건 참으래요. 요즘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자기가 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넌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느냐고 야단을 치더군요.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내가 그런 것 같아 죄책감을 느껴요. 그렇지만 본능인데 무조건 참자니 힘들어요. 제가 문제인가요?”
우리는 흔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욕구를 억압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인간의 문제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의 욕구에 대해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해결방법 또한 서로가 절충해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너의 욕구는 무시하고 나의 욕구에 맞추라’고만 한다면 강요당하는 사람은 병이 날 수밖에 없다. 왜 우리나라에 화병 환자가 많은가. 문제를 억압과 억제로만 해결하려는 데서 오는 것 아닌가.
이 부부의 경우 아내에게는 사람의 성욕은 얼굴만큼 다른 것이므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며 남자의 성욕도 여자만큼 정서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을 이해시켰다. 남편에게는 부부간의 성생활에는 따뜻한 포옹과 키스도 큰 역할을 하며 상대방의 욕구를 배려한다는 표현의 전달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양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