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야/너는 전세계약서도 없이/이 세상에 세 들어 사는구나/계약이란/발목을 여러 개 묶는 것, /그게 상처 되는 것, /놀부네 하늘 아래서도/다치지 않았구나.’(안도현 ‘제비집’)
그 제비가 돌아왔다. 중양절에 떠나 삼짇날에 온다 했으니, 어찌 이르다 하리오만, 진달래 끝물에 피어나는 제비꽃은 아직 ‘화장’을 고치지 못한 듯. 남부지방 봄비 나들이. 아침 1∼8도, 낮 9∼14도. 해 어스름이 깔릴 무렵, ‘산그늘 강건너는 소리’가 들려올 듯도 한 즈음, 가느다란 전선에 제 온몸을 얹어 윙, 바람소리를 조율(調律)하던 ‘그’가 새삼 그립구나.
하지만 인심이 후한 집일수록 처마 깊숙이 둥지를 튼다 했으니, 뉘라서 도시를 떠난 제비를 원망할까….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