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기관에 대한 개혁이 곧 이루어진다. 정부는 산하기관 정비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 아래 정부출연기관은 이달 말까지, 기타 산하단체는 올 상반기중에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물론 공기업 민영화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산하기관 정비의 당위성은 그동안 수없이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도 산하기관은 아직도 낭비와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공무원의 절반 가까운 인원에다 정부예산의 2배가 넘는 세금을 쓰면서 방만한 운영에 안주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산하기관 운영의 문제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무리한 중복투자, 과다한 예산지출, 경비전용, 흥청망청 써대는 접대비와 판공비, 멋대로 책정한 급여에다 각종 명목의 수당지급으로 막대한 세금을 축내면서도 하는 일은 그저 그렇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위인설관(爲人設官)과 낙하산식 인사도 고쳐지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이들 산하기관의 수술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개혁을 해 제구실을 하는 기관으로 만드느냐다. 산하기관 개혁은 당초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용되고 있느냐를 따져 기관과 기능의 통폐합, 폐지, 민영화 등이 적절히 검토되겠지만 그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산하단체를 적극 감싸고 도는 부처이기주의, 관련단체의 저항, 집권세력의 자리다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산하기관 개혁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 우려도 없지 않다.
처음부터 개혁의 기본 계획을 잘 짜야 하고 외부로부터의 역풍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정부가 개혁의 기본틀로 민간기업의 경영원리를 제시한 것은 올바른 방향제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는 인사다. 산하기관 인사 기준은 전문성 행정능력과 함께 방만한 운영을 개선해 나갈 개혁역량이 우선되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본보 창간 특별인터뷰에서 이를 강조하면서 내부승진 원칙을 밝혔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노른자위 산하기관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면서 전리품 나누기식 다툼을 벌이고 퇴직관료들의 줄서기도 여전하다는 보도는 유감이다.
공기업 민영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가 기간산업 분야의 공기업도 민영화 및 매각 대상에 포함시키고 외국자본의 참여를 허용키로 한 것은 외자유치와 경제력 집중문제를 염두에 둔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 매각의 시기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고환율(高換率) 저주가(低株價) 상황에서는 공기업을 헐값으로 외국자본에 넘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