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가 병원을 통해 앵벌이 조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본보 보도 이후 N산부인과 부원장 남모씨(56)를 만났다. 남씨는 처음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영아 거래 장부 얘기를 꺼내자 사실을 털어놓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듯 말했다.
그는 “아이가 없어 고민하는 부부에게 병원비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돈을 받고 한 일이며 아이들이 껌팔이가 되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33년간 미혼모의 아이를 받아왔다는 그가 딱하기도 했고 기사가 나간 이후 그가 겪을 일들을 생각하면서 고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껌팔이 아이들의 눈망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식 입양 절차는 복잡하고 까다롭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를 꼼꼼히 따진다. 모두 아이를 위해 마련된 절차이며 규정이다.
남씨는 돈 몇 푼 때문에 이를 무시했다. 아무 생각없이 한 일이라지만 그 때문에 아이들은 거리의 ‘어린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들의 삶을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또 다른 문제는 현행 법규에 영아 매매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인신매매 관련 형법 288조는 그 대상을 ‘부녀(婦女)’로 한정하고 있으며 방법은 ‘약취 유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영아유기죄(형법 272조)가 있지만 이는 아이를 방치하거나 버린 경우에만 해당된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3명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아동복지법을 적용했다. 형량이 낮아 또 다른 ‘어린 노예’를 막는데는 힘을 쓰지 못하리라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