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동아일보 창간78주년 기념 특별인터뷰를 통해 야당의 협조가 없을 경우 정계개편을 추진할 뜻을 시사한데 대해 여야, 특히 야당은 민감한 반응은 보였다.
▼ 국민회의 ▼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 주조였다.
한 당직자는 “야당이 끝내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여권으로서도 달리 방도가 없는 것 아니냐”며 “김대통령 인터뷰의 행간에는 정계개편에 대한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언급이 적극적인 정계개편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져 한나라당의 반발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인위적 정계개편은 추진하지 않겠지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까지 막지는 않겠다는 당론은 불변”이라고 거듭 정리했다.
그러나 당직자들은 김대통령이 영수회담 등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과시한 사실을 부각시키며 어디까지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자민련 ▼
김대통령의 영수회담을 통한 여야관계 재정립 발언에 근본적으로 찬성했다. 자민련은 그러나 영수회담이 단순히 경제위기 극복 등 추상적인 의제를 다루는 자리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등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이에 따른 합의가 나와야 회담의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자민련은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영수회담 참석 여부에도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영수회담이 실질적으로 기능한다면 박총재가 영수회담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정계개편에 대한 김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는 겉으로 환영했으나 속으로는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대통령이 종전과 달리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좀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 한나라당 ▼
김대통령의 정계개편 관련 발언에 대해 한마디로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정계개편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야당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뒤집어보면 야당이 여당 뜻대로 협조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자의로 정계개편을 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한동(李漢東)대표는 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당정치의 기본을 무시한 협박이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서정화(徐廷和)전당대회의장과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도 “이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수순을 밟아나가는 것이다. 야당이 자기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대통령의 발언은 표면상 원칙론을 개진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상 야당에 일방적인 경고와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신당‘정계개편 찬성론’을 펴온 국민신당은 김대통령의 발언을 정계개편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해석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 당직자는 “국회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음에도 청와대와 여권이 정계개편 분위기를 잡아가다 물러서곤 하는 등 갈팡질팡해왔다”며 “이를 계기로 정계개편이 본격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해진(曺海珍)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의 국정 협조가 무망할 경우 정계개편을 해야 하며 그것도 단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철·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