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 자유화가 시행된 첫날인 1일 일본의 엔화가치와 닛케이(日經)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일반상점에서 달러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빅뱅(금융대개혁)’이 실생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쿄(東京)의 일부 대형 상점들은 물건값을 달러로 받기 위해 위조달러 식별기를 도입하고 있으며 도쿄 시내 곳곳에는 자동환전을 위한 ‘외화자동판매기’도 등장했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濱)역 지하도에 있는 한 레스토랑은 일본의 ‘외환 개국’에 맞춰 이날부터 달러를 받기 시작했다. 계산대는 본부의 메인컴퓨터와 연결돼 달러와 엔화환율을 그때 그때 현재시각(리얼타임)으로 표시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업무가 복잡하다”고 불평하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환율은 한때 1백33엔대까지 올라 엔화약세가 두드러졌다. 또 도쿄증시에서도 향후 일본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285.51엔 떨어진 16,241.66엔을 기록했다.
엔화와 주가의 동반약세는 빅뱅에도 불구하고 일본 금융시장에 대한 국내외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은행에는 달러예금계좌를 개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달러가 최근 강세를 보임에 따라 여유자금을 외화로 예치하기 위해서였다.
또 미국 시티은행은 이날부터 일본에서 달러결제전용의 신용카드를 발급해주기 시작했다. 이 은행은 “달러화예금이 엔화예금보다 금리가 훨씬 높다”며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고 다른 외국계은행들도 뒤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의 서점가에는 달러예금을 소개하는 ‘달러재테크’ 서적이 붐을 이루고 있다.
벤처 육성회사인 ‘인터내셔널 사이언티픽’은 4월부터 회사의 자금운영방식을 달러베이스로 바꾸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여유자금은 달러로 운용할 방침이며 직원들도 월급을 달러로 선택해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서 달러월급을 선택한 직원은 전체의 70%에 이른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