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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공연]「신의 아그네스」,12일까지 문예회관

입력 | 1998-04-02 07:29:00


리바이벌은 ‘본전’이라고들 한다.끝없이‘다른것,더좋은것’을 요구하는 대중은 리바이벌에서 조금이라도 흠이 발견되면 “역시구관이 명관”이라고 타박하기 일쑤다.

그러나 98년 봄 네번째 ‘신의 아그네스’에 도전하는 세 여자, 연운경(닥터 리빙스턴 분) 양희경(원장수녀) 김혜수(아그네스수녀)는 이 욕심 많은 관객들 앞에서 조금도 겁먹지 않는다.

“그 누구도 흉내내지 않고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아그네스를 만들 뿐이다.”

수녀원에서 벌어진 영아살해사건. 살인용의자 아그네스수녀와 그를 보호하려는 원장수녀는 ‘신의 은총’을 주장하고 법정증언을 할 정신과의사 리빙스턴은 과학으로 진실을 밝히려 한다. 기적인가 살인인가에 대한 논전은 끝내 아그네스를 죽음으로 몰고가는데….

83년 초연 이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줄거리. 그러나 세 여배우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밝고 성스러운 모습과 과거의 어두운 기억에 지배돼 살인을 저지르는 아그네스의 양면성을 확연히 드러내고 싶어요. 병자같이 약한 모습은 안 보일 겁니다.”

역대 아그네스 중 최고의 ‘건강미인’ 김혜수의 출사표. 영화 TV에서는 스타지만 연극은 첫 공연인 김혜수. 선배 양희경의 수지침시술로 쉰 목소리를 달래며 혹독하게 ‘입학식’을 치르고 있다. 연기생활 13년만에 처음으로 체력이 달리는 걸 느꼈다면서도 “연극은 너무 매력적”이라고 좋아한다.

화산폭발처럼 극을 절정으로 밀어올리는 원장수녀와 리빙스턴박사의 숨막히는 설전도 뜨겁다.

“천국에도 지옥에도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시대에 기적이란 없어요.”(리빙스턴박사)

“아그네스의 노래를 듣고 비로소 하나님과 나 사이의 모든 불신이 사라졌어요. 아그네스는 신의 은총을 입었습니다.”(원장수녀)

‘넌센스’의 허버트수녀부터 시작해 올해 내내 수녀복을 벗지 않은 원장수녀역의 양희경은 공교롭게도 세 배우 중 유일한 기독교도. “하나님의 기적을 믿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공연마다 열한개비의 담배를 피워물며 아그네스에 대한 사랑과 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리빙스턴박사역의 연운경은 ‘98 신의 아그네스’를 이렇게 정의한다.

“세 사람의 처절한 질문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깃들인 참 자아를 찾기 위한 싸움입니다.”

연출은 97년 ‘마로위츠 햄릿’으로 데뷔한 윤우영. 공연수익금은 전 실험극장 대표 김동훈씨(96년 작고)의 뜻을 기리는 ‘김동훈연극상’기금으로 적립된다.

공연은 12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평일 오후5시 8시, 토일 오후3시 6시. 입장료 S석 3만원 A석 2만원. 02―512―8285(실험극장)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