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동지역의 놋그릇(유기·鍮器)과 청동제품 3백여종 3천점을 수집한 사람이 있다.
조영복(曺永復·44·강릉시청 공무원·강릉시 노암동)씨. 조씨가 놋그릇과 청동제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80년초.
그의 24평 작은 아파트에 꽉 들어찬 수집품 중에는 큰 무당만이 사용했던 12개짜리 청동방울, 5형제의 과거합격을 기념해 제작한 관복걸이도 있다.
어린시절 놋그릇과 제기를 어루만지시던 할아버지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 수집을 시작했다는 조씨는 “귀신붙은 그릇을 모은다고 반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옛 청동기에는 하찮은 그릇에도 꽃 나무 등의 무늬가 새겨있습니다. 촛대 하나에도 바람막이엔 밤에 왕성한 활동을 펴는 박쥐, 촛대 기둥에는 기러기를 조각한 것을 보며 선인들의 풍류와 여유를 느꼈습니다.”
수집품중 아직 용도나 이름을 모르는 것도 많다는 조씨는 조상의 숨결을 모아가는 재미에 박봉을 털어넣고 있다.
〈강릉〓경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