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영업사원 김모씨(34)는 얼마전 차를 몰고 강변도로를 달리다 ‘8282(빨리빨리)’와 낯선 전화번호가 찍힌 호출을 받았다.
‘고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길 옆에 차를 세우고 휴대전화로 번호를 눌러보니 “아저씨 번호를 잘못 눌렀네요. 시간 괜찮으시면 그냥 나랑 얘기 좀 해요”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나는 대로 번호를 눌러 호출받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장난 삐삐’였다.
삐삐가 와서 전화를 걸어 보면 계속 통화중인 사람도 있다. 호출받은 사람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답답하기 짝이 없다.
삐삐 인사말에 이상한 내용을 남겨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학생 이모씨(22)는 분명히 친구 삐삐번호를 눌렀는데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며 흐느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 나중에 알아보니 그 친구가 장난삼아 여자 목소리로 삐삐 인사말을 녹음해두었다는 것.
무선호출은 그야말로 ‘긴급’통신수단이다. 삐삐를 받으면 대개는 만사 제쳐놓고 전화기부터 찾는다. 그런데 장난 삐삐 때문에 허둥댄 것을 생각하면 괜히 약이 오를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국내 삐삐가입자는 1천4백만명을 넘었다. 세계에서 삐삐 보급률이 가장 높다. 삐삐를 걸기 전에 받는 사람의 표정을 한 번쯤 떠올려 보면 어떨까. 그러면 장난 삐삐는 사라질 것이다.
〈김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