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각당은 이미 후보자 공천준비 등 본격적인 선거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또 출사표를 던진 출마예정자들은 얼굴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출마예상자와 지역별 쟁점, 과거 선거에서 나타난 투표성향 등을 점검해 본다.》
‘6·4’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서울시장선거다. 상징성뿐만 아니라 차기대권구도와 향후 정국 흐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계를 은퇴했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95년 ‘6·27’지방선거에서 조순(趙淳)후보를 내세워 승리한 뒤 이를 정계복귀의 발판으로 삼았다.
따라서 여야는 후보공천에서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소야대로 정국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연합공천(국민회의 후보)을 통해 서울시장을 차지, 정국 주도권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민회의에서는 한광옥(韓光玉)부총재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를 선언했다. 노무현(盧武鉉)부총재 역시 출마의사를 밝히고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 고건(高建)전국무총리를 영입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대통령의 핵심측근인 한부총재는 노사정위원장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낸 조정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대통령과 ‘말이 통하는’ 힘있는 정치인이 시장이 돼야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부총재는 “서울시의 최대 과제인 시정개혁과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부산출신인데도 3당합당을 거부하고 야당을 지켜온 내가 적임”이라고 강조한다.
고전총리는 “아직 코멘트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야당후보가 누가 될지가 고전총리 영입의 변수라는 게 일반적 시각. 한나라당 후보가 강세를 보일 경우 김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고전총리를 필승카드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李明博)전의원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5일 최병렬(崔秉烈)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또 도시계획전문가인 곽영훈(郭英薰)씨도 시장후보 공모에 응모했다.
최전의원은 언론인 출신으로 청와대정무수석 문공부 공보처 노동부장관 서울시장 등을 지낸 화려한 경력과 ‘일꾼시장론’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전의원은 ‘경영감각’을 자신의 장점으로 제시한다. 미국 MIT공대에서 건축학과 도시설계학을 공부한 곽씨는 서울을 획기적으로 바꿀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사전조정을 통해 후보를 합의추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불가능할 경우 약식경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국민신당에서는 박찬종(朴燦鍾)고문이 당지도부의 출마권유를 받아들여 조만간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 구도로 보면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국민신당 후보간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지난 대선에서 위력을 나타낸 ‘DJP연대’가 그대로 재현되면 무난히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후보공천에 정국구도를 잘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차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