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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화제]EU,헌혈자에『아프리카서 性경험 밝혀라』요구

입력 | 1998-04-07 20:03:00


유럽연합(EU)이 헌혈자들에게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성적 접촉 경험을 밝히라고 요구, 지역 및 인종차별 논쟁이 일고 있다.

각종 질병, 특히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가려내기 위해 마련된 이 조치는 2일 유럽의회에서 찬성 3백89대 반대 66으로 통과됐다. 당초 EU 집행위가 마련한 계획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서유럽과 북미를 제외한 전세계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으나 의회 토론을 거치면서 아프리카만 대상지역으로 남았다.

이에 따라 이 조치를 받아들인 EU 회원국 국민은 헌혈하기 전에 작성해야 하는 설문서에 아프리카에서의 섹스 경험 여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프랑스 독일 영국은 이미 이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유독 아프리카만을 문제삼았다는 점. 에이즈환자는 유럽이나 북미 아시아에도 많고 유럽인의 섹스관광이 가장 성행하는 곳은 아프리카가 아닌 아시아인데도 아프리카만을 지목했다는 점이 시비의 발단이다.

반대표를 던진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카브롤교수는 “해외여행중 바람을 피우는 것이 위험하기는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라면서 “남아공의 프리토리아보다 태국 방콕에서의 섹스가 더 안전하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대론자들은 아프리카만을 대상으로 한 배경에는 다분히 지역적 인종적 차별심리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당수와 FN소속 유럽의회 의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파리〓김상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