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금융실명제 발표 담화문에서 실명제를 ‘제 이름 석자로 예금하는 제도’라고 규정했다.
금융실명제는 그의 설명대로 예금 주식 채권 등 모든 금융거래를 자기 이름으로 하는 제도이다. 93년 실시된 실명제에는 또 강력한 비밀보장조항이 포함돼 있다.
원래 실명제는 △실명거래 △금융소득 종합과세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등 세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완성된다.
문민정부는 93년 실명거래, 96년 종합과세 등 두번째 단계까지 시행했고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라는 마지막 단계는 다음 정권의 몫으로 미뤄뒀다.
그러나 실명제는 문민정부 시절부터 훼손되기 시작했다. 94년 재무부가 ‘예금주의 실지(實地)명의로 거래해야 한다’는 조항에서 ‘실지명의’를 ‘실소유주’로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고 ‘땅위에 실재하는 사람’으로 넓게 유권해석한 것. 이에 따라 가명거래만 금지될 뿐 합의차명은 허용됐다.
실명제는 97년 말에 이뤄진 대체입법에서 사실상 실명제(失名制)가 돼버렸다.
금융소득세율을 16.5%에서 22%로 올리는 대신 종합과세는 무기연기됐다.
자금출처를 묻지 않는 장기채권 제도의 도입으로 검은 돈에 대해서는 면죄부와 함께 세금까지 깎아주었다. 결국 보통사람들이 보유한 실명자산의 금융소득세율만 올린 것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