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95년 김영삼정부가 어느날 갑자기 세계화를 외치면서 그 중점과제의 하나로 사법개혁을 추진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법조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 결과 경쟁원리가 도입되지 않아 법률서비스의 질은 형편없이 낮으면서 변호사 보수는 턱없이 높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미국식의 로스쿨제도를 도입하고 동시에 사법시험을 변호사시험으로 대체하여 법조인을 대량 배출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영삼정부의 다른 개혁과 마찬가지로 국가 백년대계인 사법개혁 역시 개혁을 이끌 지도이념과 철학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준비마저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여러 논의가 무성하다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오직 사법시험과 관련, 시험과목을 일부 조정하고 합격자 수만 무턱대고 늘리기로 하여 96년 5백명, 97년 6백명, 98년 7백명 등 대폭 증원케 되었다.
현재 증원된 사법연수원생이 미처 배출되기도 전에 이미 변호사업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전관예우 악덕 브로커의 고용에 따른 형사사건의 싹쓸이, 재조와 변호사의 유착관계 등이 다시 사회문제화되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최근 의정부지원 사건이 위와 같은 모든 문제점을 함축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개업 변호사 수가 3천5백여명이고 서울의 경우 2천1백여명인데 정부와 기업에 의한 법률수요의 획기적인 창출 없이 지금처럼 일시에 무작정 증원하는 것은 법조인구의 수급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사회의 혼란만 자초하게 될 것이다.즉 법률수요의 개발없이 과잉공급으로 이어지면 선의의 경쟁대신 이전투구의 양상을 띠면서 브로커가 더욱 활개치고 질 낮은 법조인이 양산되어 양질의 법률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 보수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또한 대학이 고시학원화하여 황폐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의 법학교육제도와 사법시험제도의 큰틀을 유지한다는 전제아래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년 5백명 정도 선발하는 것이 타당하고 법조계도 상당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를 적극 수용하여야 할 것이다.
유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