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인 김복례(金福禮·43)씨는 법을 잘 모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법을 공부할 기회도, 필요도 없었다.
그런 김씨를 상대로 96년3월 1억2천만원짜리 청구소송이 제기됐다.
김씨는 뭔가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법률지식이 없는 김씨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법률전문가인 P변호사를 찾아가 모든 걸 위임했다. 20년 가까이 운영해온 미장원 전세금을 빼서 마련한 수임료 3천5백만원과 함께.
재판이 진행중이던 어느날 김씨는 원고측이 증거로 제출한 자신 명의의 약속어음이 변조됐음을 우연히 발견했다.
김씨는 P변호사에게 “글씨체를 보니 같이 계를 했던 박모씨가 지급기일과 서명날인란을 변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P변호사는 “박씨는 돈이 없고 이모씨가 재력이 있는데다 소송당사자이기 때문에 이씨를 어음변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라”며 직접 고소장까지 써줬다.
김씨는 “고소장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P변호사에게 몇차례 의문을 제기하다 결국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해 이 고소장 때문에 무고혐의로 기소돼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변호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 범법행위였다니….
P변호사는 3월 하순 항소심 법정에 증인으로 불려나갔다.
P변호사는 “고소장을 써준 것은 사실이나 김씨가 어음 변조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8일 “변호사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벌금 5백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똑같은 일이 다시 생겨도 무식한 저는 변호사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라며 상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