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만 특차 전형을 해선 안된다는 논리는 어딘가 군색해 보이고 또 서울대가 수능성적 위주의 특차전형을 하면 온통 과외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예측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설득력이 약한 것 같다.
다만 서울대의 특차 전형이 다른 대학을 자극하여 특차 모집 비율을 높이는 등 그러잖아도 멍들 대로 멍든 현재의 고교 교육에 상처를 주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 평준화 정책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원칙적으로 내신성적에 비중을 두어야지 수능성적 위주의 특차전형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비평준화지역 고교를 인정한 이상 내신성적 산출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을 외면할 수는 없고 따라서 수능성적 위주의 특차 모집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인정해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
차제에 요즘 논의되고 있는 수능중심의 특차문제를 고교 교육 정상화의 방향에서 가닥을 잡아 갔으면 한다. 첫째, 특차모집 정원한도를 현재의 50%에서 20% 정도로 대폭 낮추어야 한다. 특목고나 비평준화지역 고교 학생 구제차원에서 실시하면 족하며 그 이상이 되면 특목고 비평준화지역 고교가 다시 각광을 받게 돼 중학교 과외가 무섭게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고교 내신성적의 실질 반영률을 2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입시에서 고교 내신성적이 40%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실질 반영률은 서울대의 경우 8.4%에 불과하고 다른 대학은 대부분 그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신성적이 철저히 무시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는 말할 수 없다.
셋째, 특차 모집시기를 서울대와 타대학이 같은 날짜로 했으면 한다. 서울대 선발후 타대학에서 선발하는 방식의 수순이 일어나면 대학 서열화가 확연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넷째, 고교장 추천입학제를 확대 실시해 주기 바란다. 서울대가 지난해 실시한 고교장 추천입학제는 고교 교육정상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 전국의 고교에서는 특별활동 단체활동 봉사활동 등이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대학이 지식 이외의 인성, 특히 책임감과 협동 봉사정신을 갖춘 유능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김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