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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이야기]힘겨운 세상 『가족으로 돌아가자』

입력 | 1998-04-09 19:55:00


힘겨운 국제통화기금(IMF)시대. 뭔가 불안한 사람들은 가족에게 기대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어려운 시절을 맞아 가족애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요즘 전파를 타고 있는 광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가족애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가족애를 소재로 한 광고는 그전에도 많았지만 요새 유난히 많아지고 있다.

고개숙인 가장을 향해 아내가 파이팅을 외치는가 하면 부녀간에 따뜻한 정을 확인하는 애틋한 장면도 있다.

LG텔레콤의 019 개인휴대통신(PCS)편은 ‘가족’ 시리즈로 ‘스테디셀러 광고’를 만들었다.

요새 나오고 있는 것은 ‘아빠편’. 실제 부부인 영화배우 김승우 이미연을 캐스팅했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영화촬영중이던 김승우. 갑자기 비가 쏟아져 촬영이 중단되고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한다. 그 때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PCS단말기를 귀에 대자 아내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 잠깐만.”

“무슨 일이야. 여보세요?”

의아해하는 남편의 귓가에 들리는 것은 사랑하는 아가의 목소리. “아빠, 아∼빠빠빠빠….”

아빠는 주위를 의식할 겨를도 없이 감격해한다.

019는 초반 튀는 경쟁업체들의 광고에 비해 너무 차분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뒤늦게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개그맨 서세원의 부인인 서정희를 내세운 옥시크린 광고는 ‘남편 기살리기’를 테마로 잡았다. 거실에 앉아 와이셔츠를 정성스레 개는 서정희. “요즘 같은 때 와이셔츠 하나라도 깨끗하게 해 드리는 게 남편을 돕는 일이죠.”

그리고는 밖에서 일하는 남편을 향해 외친다.

“여보 힘내세요.”

남양유업 아인슈타인 광고는 개그맨 이경규 부녀를 등장시켰다. 네살배기 예림이가 실명으로 출연했다.

예림이가 “예쁜 건 엄마 닮았고요. 똑똑한 건…”라고 깜찍하게 말하자 이경규는 잔뜩 기대를 건다. 그러나 예림이는 “엄마 닮았어요”라고 대답해 아빠를 실망시킨다. “그럼 아인슈타인은 누가 사줬어”라고 묻지만 역시 “엄마”라는 대답. 두번이나 실망한 이경규의 귀에다 예림이는 “(그렇게 똑똑하고 훌륭한)엄마는 아빠가 골랐잖아”라고 위로한다. 이경규는 “야 우리딸 천재다”면서 입이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무명 탤런트 전원주를 국민적 스타로 만들어준 국제전화 002편에서도 애틋한 가족의 정이 넘쳐난다.

촌스럽고 익살스러운 내용이지만 “엄마∼”라고 외치는 대목은 70년대 모정(母情)을 연상시키는 긴 여운이 담겨 있다.

조흥은행 광고는 부자간의 정으로 은행의 견실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어린 아들과 아버지가 숲길을 거니는 회상장면에 어른으로 장성한 아들과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린 중년의 아버지가 숲길을 거니는 현재의 장면이 교차한다.

수채화 같은 장면 위로 흐르는 카피는 ‘믿음으로 키워주셨습니다. 편리함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한미은행편도 40대 부부의 대화를 통해 믿을만한 은행이라고 강조한다.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는 신문을 뒤적이고 남편은 손톱을 깎고 있다. “우리 돈 어디에 맡기지” “글쎄, 한미은행 튼튼하잖아” “아∼, 한미은행” 이렇게 부부간의 대화가 끝나면서 화면에는 ‘튼튼하기에 고객이 찾는 은행이 있습니다’는 자막이 지나간다.

제작사인 제일기획측은 “시끄럽고 정신없는 요즘 광고 사이에서 차분한 것이 오히려 튀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