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어렵다고 웃음마저 잦아들면 안되는데….’
사회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줄고 있다.
가장들은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고 주부들은 빠듯한 가계를 꾸리느라 웃음은커녕 주름살만 늘어간다.
자연히 ‘눈치 빠른’ 자녀들의 얼굴에서도 해맑은 웃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매일 자식들로부터 용돈을 얻어 쓰는 노인들의 안색도 어둡다.
서울 여의도 L사 기획부에서 근무하는 김정훈(金正勳·31)씨. 회식은 물론 각종 사내행사에서 곧잘 마이크를 잡고 좌중을 휘어잡던 ‘분위기 메이커’였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함께 감원바람이 불면서 요즘은 말수가 줄었다.
“이전에는 농담 한마디에 모두가 ‘까르르’ 웃으며 배를 잡았는데 요즘은 괜히 농담했다가 ‘실없는 사람’으로 몰릴 것 같아 걱정된다.”
최근 무급휴직제도가 실시된 K광고사의 한 PD(37)는 “평소 자판기 앞에서 재담을 나누며 폭소를 터뜨리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굳은 얼굴로 감원 등 사내 정보나 전직 정보를 교환하는 풍경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 이근덕(李根德)씨는 “현재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집단 우울증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하면서 “모두가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면서 마음의 여유와 웃음을 되찾아야만 가정의 화목과 사회적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