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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이명희 여성 야구캐스터『기분좋은 진행자 되고파』

입력 | 1998-04-14 07:53:00


“아, 볼이 쭉쭉 뻗어가고 있습니다. 넘어갈까, 넘어갈까, 어, 넘어갑니다, 넘어가, 홈런입니다, 홈런∼!”

볼과 함께 숨이 넘어가는 프로야구 중계 캐스터의 열띤 목소리가 여자 음성이라면 어떨까. 18일부터 CBS(AM 837KHz, FM 93.9MHz)에서는 이명희아나운서(30)의 목소리로 프로야구 정규시즌 중계방송을 들을 수 있다.

야구 중계방송은 전통적으로 남자 아나운서들의 몫으로 여겨져온 분야. 여자로는 76년 CBS의 한영호, 96년 SBS 윤영미에 이어 이명희아나운서가 세번째다.

3년 전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야구장에 나가 녹음을 하며 중계방송 연습을 해와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준비된 캐스터’다.

“프로야구 중계를 하려면 선수 개개인의 기록과 구단의 성격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해야 하니까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떠들어야죠, 직접 기록도 해야죠, 야구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그 일 못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별로 걱정하는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야구 중계를 준비하기 전부터 ‘야구광(狂)’으로 소문난 그는 LG구단 김동수포수와 1루수 서용빈의 열렬한 팬. 정작 신경쓰이는 일은 여성 캐스터가 익숙하지 않은 청취자들이 느낄지도 모르는 거부감이다.

“거 왜 여성 특유의 고음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경기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중계를 하다가 흥분하면 목소리 톤이 높아져 그런 고음이 나올까봐 신경이 많이 쓰여요.”

다행히 지금까지 몇번의 중계 실습에서는 음색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들었다. 그의 욕심은 박진감 넘치는 진행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분좋게 들을 수 있는, 그런 야구 중계를 해보는 것. 90년 CBS에 입사해 주로 시사 정보 프로를 진행해왔으며 아직 미혼이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