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그룹’이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으로 탄생한 지 일주일만인 13일 발표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네이션스은행의 합병은 미국금융업계의 치열한 생존전략을 잘 보여준다.
두 은행의 통합으로 태어날 새 BOA는 합병거래 규모로는 미국 역사상 제2위, 영업망은 합병된 시티그룹을 능가해 미국 1위가 된다.
이처럼 대형은행들이 앞다퉈 합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은행의 합병은 크게 두가지 유형이다. 첫째는 이번에 발표된 BOA형.
샌프란시스코에 본점을 둔 BOA는 미 서부에 영업기반이 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점이 있는 네이션스은행은 동부가 본거지다. 동서부를 거점으로 한 은행끼리 결합함으로써 영업망 보완과 규모의 경제를 노린다. ‘1+1〓2’를 초과하는 ‘시너지효과’를 겨냥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합병의 두번째 유형은 시티그룹형.
시티코프는 미국내 두번째 대형은행이며 트래블러스는 산하에 살로먼스미스바니 커머셜크레디트 등을 계열사로 둔 보험 및 투자은행 전문그룹이다.
즉 전문업종이 다른 금융기관끼리 어떠한 상황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통합한 경우다.
왕태욱(王太郁)조흥은행 나고야지점과장은 “미국에서는 증권 보험 투자은행 시중은행의 영역이 완전히 허물어진 상태로 이같은 추세는 일본 유럽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시티그룹형 제2형태가 향후 금융합병의 대종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연기금의 거대화로 투자은행이 활성화한데다 호황에 따른 개인자금 축적으로 소매금융시장도 급격히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각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대형금융그룹의 출현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세계화에 따른 국제경쟁의 격화에 따라 ‘틈새시장 생존전략’을 택한 일부 소형금융기관 외에는 생존을 위한 대형화가 불가피한 형편이다.
이미 합병을 통해 영업력을 키운 그룹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라도 ‘적과의 동침’은 불가피하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승자와 한편이 되려는 것이다.
국경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 대형은행들이 택한 ‘대대익선(大大益善)’의 생존전략은 지구촌 금융시장의 구조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허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