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日 금융계, 美 「합병 해일」에 『침수될라 초긴장』

입력 | 1998-04-14 19:16:00


미국의 잇단 대규모 은행합병 소식에 일본금융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막대한 불량채권에 발목이 잡혀있고 다른 선진국보다 경쟁력도 낮은 일본 은행들로서는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세계적인 금융기관 대형화 경쟁에서 낙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수익과 서비스를 목표로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금융재편 드라마의 파도는 1천2백조엔의 개인금융자산을 지닌 일본에도 몰아닥칠 수밖에 없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 네이션스뱅크의 합병규모는 아사히 다이와(大和) 산와(三和) 도카이(東海) 등 4개은행이 하나로 합쳐진 셈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본금융계는 충격을 실감하고 있다.

한 경제분석가는 “이번 합병은 살아남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미국 금융기관과 현상유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격차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형은행 중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은행은 5개 정도밖에 안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이런 추세라면 몇개 일본은행은 몇년 뒤 외국은행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일본판 금융대개혁(빅뱅)에 맞춰 미국의 메릴린치증권과 피델리티투자신탁의 일본진출, GE캐피털과 시티은행의 일본금융기관 합병 등 미국의 ‘일본 금융시장 빗장열기’는 본격화했다. 합병으로 덩치를 불린 미국 은행들이 돈이 남아도는 일본시장을 방치할 리도 없다.

낮은 금리와 잇단 부패사건으로 인기를 잃고 있는 일본 금융시장에서 빠져나온 여유자금이 일제히 미국계 은행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크다.

일본에서 은행간 합병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불량채권. 잘못 합쳤다가는 경쟁력 강화는커녕 멀쩡한 은행까지 멍들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본시장 공략에 대응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은행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중은행간 합병보다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지주회사제도를 통해 연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불량채권에 따른 위험을 차단하는 전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