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
극작가 이강백(51)이 걸어온 길은 남다르다.
등단 이래 그는 단 한번도 다른 길을 욕심내지 않고 오로지 희곡창작에만 몰두했다. 덕분에 그는 60대인 임영웅 김정옥 세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출가와 만나본 유일한 극작가다.
유치진 차범석 등으로 맥을 잇는 사실주의 계보의 작품과는 달리 우화와 비유로 충만한 비사실주의 작품을 써서 그에게는 ‘알레고리의 작가’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이강백은 부지런하다. 등단 이후 28년동안 28편의 창작희곡을 내놓았다. 이 중 11편은 ‘서울연극제’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생존작가로는 처음으로 희곡 ‘들판에서’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정교한 논리의 그물로 짜여 있다. 그저 즐기려는 관객에게 그의 연극은 ‘불편할’ 지경이다.
연극평론가 이영미는 이강백의 메시지가 “약한 것, 정신적인 것, 소박함,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이 묵살되는 세상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한다. 그의 호소는 억압적인 정치상황에 대한 풍자를 넘어 인간의 실존적 고뇌에 가 닿는다.
이강백은 예술가 집안을 이루고 있다. 아내 김혜순(서울예전 교수)은 97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10대의 딸 휘재는 이미 개인전을 연 화가다. 그는 올해 무학(無學)의 학력(學歷)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의 자리에 섰다.
〈정은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