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가 많은 섬나라 일본에서 목욕은 일상화한 생활의 한 부분. 온천도 많지만 웬만한 동네에 가면 센토(錢湯)라 불리는 대중목욕탕이 있어 편리하다. 요금은 3백80엔(약 4천원) 정도다.
센토는 대개 오후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까지 영업한다.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밤에 찾아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데 안성맞춤이다.
센토에 처음 가보면 몇가지 놀랄 만한 모습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남탕과 여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탈의실 중간쯤에 목욕탕 주인이 앉아 돈을 받는 일이다. 이런 광경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은 기절초풍할 일이지만 이들은 “도난방지에 좋고 손님 시중드는 데도 편리하다”며 태연하다.
경제대국에 어울리지 않게 비품이 지극히 소박하다는 점도 금세 눈에 띈다.
벌집 모양의 신발장은 나무열쇠로 열고 닫게 돼 있다. 몇십년이 됐는지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낡아 빠진 것도 있다. 비누 샴푸 면도기 수건은 절대 공짜로 제공하지 않는다. 서서 할 수 있는 샤워기 역시 두어개밖에 설치돼 있지 않다. 대부분 플라스틱 바가지로 물을 떠 몸에 끼얹는다. 다른 사람에게 비누거품이나 물이 튀도록 요란하게 목욕하다가는 ‘목욕의 도(道)’를 모르는 몰상식한 인간으로 눈총받기 십상이다.
〈도쿄〓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