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4일 주행세와 승용차10부제 실시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당사자에게 환경세를 부과하듯 교통문제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당사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주행세실시 검토를 지시했다고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정부에 대한 불평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감내할 것은 감내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60% 이상이 승용차 10부제 실시에 찬성했다”며 승용차 10부제 실시여부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행세는 자동차의 취득 보유 이용 등 3단계 과정 중 이용단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현재 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되는 교통세는 물론 넓은 의미에서 도심진입시 받는 혼잡통행료도 포함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주행세 신설 검토 지시는 교통세의 인상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오염방지시설 확충 및 사회간접자본(SOC)투자 실업대책 재원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휘발유의 경우 ℓ당 4백55원의 교통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탄력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최대 30%까지 인상할 수 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업무보고에서 대기오염 방지시설 확충 등을 위해 휘발유에 환경오염부담금을 부과, 주행세를 신설할 것을 재정경제부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주행세나 오염부담금 등 새로운 세목(稅目)을 신설하기보다는 유류 관련 세목을 단일화하거나 현행 교통세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취지를 살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대통령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각종 규제를 올 12월까지 폐지하겠다는 鄭해주국무조정실장의 보고를 받고 “폐지가 가능한 것은 한달 이내에 폐지토록 하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그는 “12월까지 폐지하는 방안은 너무 완만해 국민과 기업들로부터 규제혁파에 대한 불신을 부추긴다”면서 “그러나 규제철폐라 해도 환경이나 생태계 보호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