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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지원금 보류 안팎]정부입장 정리 안된채 상정

입력 | 1998-04-14 19:41:00


14일 오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생존하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군대위안부 지원금 지출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1백52명의 생존자들에게 정부예산으로 한 사람당 3천1백50만원씩 총 49억1천7백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이 안건의 국무회의 통과를 전제로 성명까지 준비했다. 성명은 “우리 정부는 일본정부에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나 일본은 과거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로 돼 있었다.

이보다 앞서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13일 ‘비보도’를 전제로 지원금 지출안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한일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김대중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의미부여까지 했다.

국무회의는 그러나 이 지출안을 다음번 국무회의에서 더 논의키로 하고 통과를 보류시켰다. 일부 국무위원들이 ‘지원금’이라는 용어에 이의를 제기했고 피해자단체의 의견을 재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류했다는 게 문봉주(文俸柱)외교통상부 아태국장의 설명이었다.

외교통상부는 이어 ‘지원금지급―배상포기 대신 사과요구’라는 우리 정부의 기본정책에는 변화가 없으며 이날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정부에 배상요구를 하지 않기로 한데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군대위안부출신 관련 단체들의 의사를 재확인하기 위한 보류일 뿐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원금 지출안이 보류된 것은 토론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의 성격과 일본정부의 배상책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고 더구나 피해 당사자들과도 긴밀한 협의없이 일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국무위원들의 이날 발언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김대통령〓피해 할머니들이 연로하니 하루속히 해결하려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배상요구 문제는 어떻게 할겁니까.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피해자 개개인의 배상요구는 일본정부에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도록 촉구하겠습니다.

▼김대통령〓그럼 배상요구는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이해찬(李海瓚)교육부장관〓우리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은 선(先)지급 형식이 되는 것인데 이는 마치 우리 정부가 일본정부 대신 지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청와대에서 공개한 국무회의 발언록이 비록 토론과정에서 오간 말들이긴 하지만 적어도 정부가 공식입장으로 사전공개한 ‘배상포기’와는 분명히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통상부는 국무회의에서 안건이 보류된 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일관계가 더 이상 군대위안부 배상문제를 둘러싼 법리(法理)싸움으로 경색돼서는 안된다”면서 “사실 군대위안부 배상문제는 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종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