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후 당의 역할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국민회의 사람들은 한숨부터 내쉰다. 집권당으로서 할 일을 하려고 해도 그럴 만한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집권당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려면 돈과 조직,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중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모든 결정권이 청와대에 있는데 당이 무슨 일을 하겠느냐”는 푸념도 이어졌다.
김근태(金槿泰)부총재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중심의 국정운영에 문제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당을 민의(民意)수렴의 제도적 창구로 활용하기보다 그때그때 한 두사람을 움직여 대응하다 보니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매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하지만 당의 의견 전달보다는 청와대의 교시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고 시간도 길어야 20분이다. 직함 그대로 대행역할에 그치는 셈이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당에서는 “박총재가 김대통령을 박정희(朴正熙)대통령 모시듯 한다”는 얘기가 많다. 김대통령으로부터 한가지 얻어 낸 게 있다면 ‘6·4’지방선거에서의 경기지사 공천권인데 그나마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이런 가운데 양당은 서로 알력이 대단하다. 국민회의는 자민련이 ‘자기 몫 찾기’에 급급하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자민련은 국민회의가 자기들을 푸대접한다고 불만이다.
자민련이 양당의 교량 기구인 ‘8인협의회’ 대표를 김용환(金龍煥)부총재로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회의와의 관계를 일방통행식에서 쌍방통행식으로 바꾸겠다는 게 자민련의 생각이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