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화해할 수 있다.”
4백년이 넘게 피비린내 나는 대립을 계속해오다 마침내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북아일랜드 방식은 전세계 분쟁지역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체결 이후 가장 먼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분쟁지역은 인종문제로 갈등을 겪고있는 스페인의 바스크지역.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의 정치조직 해리 바타수나의 아르날도 오테기 대변인은 12일 “북아일랜드 당사자들의 대화가 우리 문제 해결에도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스크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1만8천여명의 지지자들에게 “북아일랜드와 바스크지역은 아주 유사하다”며 “스페인총리가 바스크의 분리독립을 인정하도록 도와달라”고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스페인당국은 ‘북아일랜드 모델은 바스크지역에 적용할 만한 유형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대화가 시작되기는 어려운 실정.
교황 요한 바오로2세도 부활절을 맞아 세계평화를 언급하면서 특별히 위기에 빠진 중동의 평화협상과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중동평화의 핵심은 생존문제를 놓고 반세기 동안 테러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는 최근 뉴스위크지와의 회견에서 “팔레스타인과의 화해를 바란다”며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야세르 아라파트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평화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 다만 팔레스타인내 과격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 영토를 무단 점유한 적’으로 규정, 이따금 테러공격을 하는 바람에 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간의 인종적 종교적 갈등은 성서(聖書)이야기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세르비아공화국의 코소보지역도 북아일랜드식 분쟁타결이 절실한 곳. 종교와 민족의 이질성으로 인해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 지역의 갈등은 91년부터 급격히 격화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세르비아 정부에 평화적 해결방안을 마련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알바니아와 세르비아계 주민간의 대화조차 단절된 상태.
이밖에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중국의 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 스리랑카의 타밀지역도 평화협상이 시급한 곳이지만 북아일랜드 문제를 해결한 블레어총리나 버티 어헌 아일랜드총리같은 영향력있는 중재자가 나타나지 않아 평화의 싹이 보이지 않는다.
▼ 대표적 분쟁 사례들
스페인 바스크 인종갈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세르비아 코소보사태
인도네시아 東티모르
중국 티베트독립투쟁
〈윤희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