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확정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방안은 금융시장 조기 정상화를 통한 중소 중견 기업의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부실금융기관 퇴출 원칙을 분명히 함으로써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에 대해서도 자구노력을 먼저 해야만 각종 지원을 해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부실은행은 조기 퇴출과 인수합병(M&A) 등으로 올 상반기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도록 하며 기업 역시 부실채권과 부동산 및 계열사 매각 등으로 경영 합리화를 꾀하도록 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 과정에서 뮤추얼펀드(회사형 투자신탁) 형태의 ‘주식투자기금’과 ‘부채구조조정기금’을 각각 5조원 규모로 설립, 유망한 기업의 주식과 부실채권을 매입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펀드가 기업이 발행한 주식과 부실채권을 매입하면 기업은 그 대금으로 금융권에 빚을 상환할 수 있고 금융권은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구도. 정부는 이같은 대책의 일환으로 개발부담금 면제와 양도세 취득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 기업의 부동산 매각을 촉진하기로 했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은행이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이다. 모든 금융권을 동시에 구조조정하면 연쇄적 예금 인출사태로 금융시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서울 제일은행을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11월15일 이내에 민영화한다.
한편 경영개선조치를 받은 12개 은행이 4월말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하는 대로 전문가들로 ‘경영평가위원회’를 구성해 6월말 이전에 계획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8%)에 미달하는 은행을 △우량 △보통 △부실로 등급화해 집중지원 또는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한다. 부실은행에 BIS비율 충족을 위한 유예기간(6개월∼2년)을 두되 이행상태를 점검해 회생가능성이 없으면 즉시 퇴출시킨다. 은행의 자발적 노력을 평가해 부실채권 매입 등의 정부 지원을 차등화한다.
BIS비율을 채운 은행들도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부실 징후가 보이면 임원진 문책 등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다.
증권사에 대해서는 재무기준에 미달할 경우 증자 등 경영개선조치를 요구하고 특히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부실증권사에는 증자 합병 영업양도 등의 경영정상화 조치를 권고한다.
영업정지중인 대한 나라 제일종합금융에 대해선 30일까지 인가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영업중인 14개 종금사에 대해서도 4월과 7월 경영정상화 이행 여부와 BIS비율 충족 여부를 점검해 재무상태가 좋지 않으면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
▼기업 구조조정〓고금리와 금융비용 급증 및 신용경색에 따른 우량 기업의 흑자도산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기관이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업 대출을 거의 중단하고 있는 점을 고려, 우량기업을 보호하고 투자자가 직접 책임을 지는 뮤추얼형태의 구조조정기금을 설립키로 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문제점〓재원 마련의 어려움이 핵심과제. 이번 대책에서 계획하고 있는 구조조정기금 재원은 주식투자기금과 부채구조조정기금 10조원, 토지공사의 기업부동산 매입 3조원 등 13조원에 불과하다.
남아있는 재원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약 6조원, 예금보험기금 5조5천억원 등이다.
그러나 30대 재벌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부동산만 20조∼30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이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줄이기 위해서는 증자에만 30조원이 필요하다는 현실에 비춰볼 때 현재의 재원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적극적인 공기업 매각과 잠자고 있는 시중자금의 동원 이외에 외국자본의 적극 유치를 위한 실질적이며 종합적인 대책 강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병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