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의 배우자가 “경제적 불이익을 안 받기 위해서는 이혼해야 한다.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합치자”고 제의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가정법원 판사가 주는 해답.
“삶이 그대 부부를 힘들게 할지라도 결코 함부로 이혼하지 말라. 반드시 후회하는 날이 오리니….”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이재곤·李載坤부장판사)는 15일 S씨(38·여)가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지 않으려면 가짜로 이혼해야 한다’는 남편 C씨(41·중소기업 사장)의 말에 속았다”며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C씨가 ‘가장(假裝)이혼이고 5년 후 재결합하자’는 내용의 각서까지 쓴 것은 사실이나 각서의 작성 시기와 배경에 의문점이 많고 S씨가 남편의 거짓말에 속아 이혼했다는 결정적 증거나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동기나 배경이 무엇이든 공식적인 합의이혼은 쉽게 뒤집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S씨는 “중소기업 사장인 남편이 어느날 ‘세무당국이 우리 회사의 탈세를 적발하고 8천만원을 추징하려 한다. 조세시효 5년이 지난 후 다시 합치자’며 가짜이혼을 제의해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편 C씨는 합의이혼한 지 한달만에 다른 여자(33)와 결혼했으며 S씨는 뒤늦게 자신이 속은 것을 알고 지난해 소송을 낸 것.
남편 C씨는 법정에서 “이혼할 때 충분한 보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정법원의 한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짜이혼을 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IMF한파를 핑계로 한 ‘어리석은 가짜이혼’이 생길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려울 때일수록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