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정부의 체육관련 정책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많다. 정부는 적자운영이 예상되는 2002년 아시아경기를 위해 국고지원금 3천6백35억원을 책정하고 그 절반을 이미 영달(令達)했다. 그러나 비중으로 따지면 비교도 안될 만큼 중요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 대해서는 정부지원 요청액이 1천2백42억원인데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월드컵을 개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가이익은 단순한 경제논리를 넘는 것이지만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시설 투자가 앞서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라 전체로는 월드컵이 열리는 한달 동안에 6억4천만달러(약 8천9백억원)정도의 순수 외화수입이 예상된다. 이 외화수입은 월드컵을 위한 순수 신규 경기장 건설비 8천8백억원과 거의 맞먹는 액수이므로 이것만으로도 경기장 시설비는 해결된다.
대구시는 이미 2001년 유니버시아드를 위해 7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건설중이다. 서울시는 월드컵을 위해 6만석 규모의 주경기장을 짓는데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30%밖에 부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이것마저 과잉투자라고 규정, 서울의 주경기장 건설을 백지화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천 문학경기장을 활용하는 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건에 맞추려면 최소한 1천억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더구나 월드컵 이후의 용도를 생각하면 원천적 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 주경기장을 건설하는 경우 서울의 거대한 인구를 배경으로 국제경기를 많이 개최할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좌고우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경제논리가 아닌 억지만을 내세우다가 FIFA로부터 우리의 월드컵 개최능력을 의심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우리는 일본보다 1년3개월이나 시간여유를 더 받아 2월1일 개최 도시를 FIFA에 통지한 바 있는데 이제 또다시 전면 재검토를 한다면 FIFA는 개최권 회수를 심각하게 고려할지도 모른다. 정부 당국의 현명한 결단을 바라 마지않는다.
오완건(대한축구협회 부회장)
▼ 반대
최근 정부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주경기장을 서울 상암동에 신축하는 안에서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는 안으로 방향을 고쳐 잡는, 어렵지만 현명한 결단을 했다. 이제야 정부의 정책 결정이 경영 합리성의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음에 지지를 보낸다. 그 이유는 첫째, 기존 시설을 활용해도 월드컵을 훌륭히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월드컵을 유치함으로써 7조9천여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경기장을 신축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처음 국제축구연맹(FIFA)에 보고한 잠실 주경기장이 있고 또 인천 문학경기장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잠실 주경기장의 경우 기자석 확충 등 FIFA가 요구하는 약간의 시설 보수만 하면 전혀 손색없는 월드컵 주경기장이 된다. 여기에 교통과 주변 기반 시설이 외국의 어떤 경기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문제점을 실제 이상으로 확대해 여기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면 실패하고 신축해야만 성공한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 94년 미국 월드컵은 대학구장과 미식축구장을 보수해 활용했고 올해 열릴 프랑스 월드컵도 하나의 경기장만 신축하고 전부 기존 시설에서 치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둘째, 공공 투자 재원에 대한 합리적 배분 측면에서도 신축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경우 여타 부분에 비해 체육시설 투자는 지금도 많은 반면 그 운영과 활용수준은 기대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에는 잠실 동대문 목동 뚝섬 등 대형 체육단지에 17개의 각종 경기장이 있다. 활용도가 극히 낮아 적자 투성이인 이 시설들을 관리하는데 많은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다시 4천5백억원을 들여 새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은 낭비다. 기존시설을 활용한다면 국제적 신뢰도와 인지도 및 기반시설 등을 감안해 인천 문학경기장보다는 서울의 잠실주경기장을 보수해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때의 보수는 기자석 확충 등 최소한에 그쳐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다.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긴다는 의지로 전문성에 근거해 정책 결정을 해야할 것이다.
송광태(창원대교수·지방자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