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근교의 국립항공우주국(NASA) 연구소. 사무실 벽 게시판 한곳에 연구원들의 이름과 외출시간, 간단한 외출사유가 적혀 있다.
고객상담 등 업무와 관련된 외출이 대부분. 그런데도 외출사유를 분명히 밝히는 이유는 6개월마다 실시되는 근무고과에서 낮은 평점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개인에게나 기업에나 시간은 돈이다. 금같은 시간을 서로 아껴주는 게 현대인의 기본이다. 이에 따라 생겨난 것이 한국에는 생소한 집중근무시간제(Core Hour).
하루 8시간씩 일하는 이 연구소의 집중근무시간은 오전 9시반부터 오후2시까지. 이 시간에는 반드시 연구소 안에 있어야 한다. 정보를 교환하고 합동작업을 하는 시간이다. 부서회의도 이 시간대에 열린다.
점심시간은 어떻게 할까. 직원들에게 세가지 선택이 주어져 있다. 첫째는 계속 일하기. 그렇다고 굶는 것은 아니다. 일하면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은 허용돼 있다. 30분짜리 점심, 1시간짜리 점심시간 선택도 가능하다. 매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많은 직원들이 점심시간에도 일한다. 그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기 때문. 점심시간이면 사무실이 텅 비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집중근무시간과 8시간 근무만 지키면 출퇴근시간은 자유. 교통체증이 싫은 사람은 점심시간 30분을 포함해 오전 6시반∼오후 3시 근무를 한다. 오전 9시반 출근, 오후6시 퇴근도 있다.
미국 기업 대부분이 이런 근무방식을 시행중이다. 대충하면 되겠거니 생각하다간 큰일난다. 개인별 근무시간을 일일이 기록하는 매니저의 눈길이 매섭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