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및 개인휴대통신(PCS) 인허가 과정에 구 여권 실세 정치인들의 연루설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가 ‘야당파괴 공작’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소속 의원들의 이름까지 나돌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부산 경남지역의 민주계 인사들은 이번 수사가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해 민주계를 궤멸상태로 몰아넣었던 한보비리사건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1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현재 종금사 및 PCS 인허가와 관련해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 일종의 음해성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명백한 야당파괴공작”이라고 여권을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또 “임창열(林昌烈)전경제부총리는 종금사 인허가과정의 결재라인에 있었는데도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이라며 “한마디로 편파수사”라고 역공을 폈다.
구설수에 올라있는 박관용(朴寬用) 강삼재(姜三載)의원은 이날 개별적으로 성명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했다. 박의원은 “집권여당과 검찰이 나를 포함한 우리 당 소속 몇몇 의원들이 마치 종금사 인허가 관련비리에 연루된 것처럼 여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은 비열하고 치졸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박의원은 “검찰이 흘리고 있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야당파괴공작이 계속될 경우 정권퇴진운동을 비롯해 중대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의원은 “경남투금이 종금사로 허가받는 과정에 내가 개입했다는 것 같은데 그런 사실이 없다”며 “음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강의원은 “경남종금의 당시 간부에게 허가가 난 경위를 물어봤더니 정상적인 요건을 갖춰 신청을 했더니 인가가 났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두 의원 외에 연루소문이 나돌고 있는 H의원은 “한보도 나에게는 돈을 갖다주지 않을 정도로 ‘실세’가 아닌데 누가 그런 로비를 했겠느냐”며 “종금사 인허가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고위경제관료를 지낸 또다른 H의원은 “종금사 인허가업무는 당시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기 이전의 재무부 소관이었고 나는 경제기획원에 근무했다”며 “언론에 거명된 주병국(朱炳國)종합금융회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출신인 나와는 뿌리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근무를 시작한 시점은 94년 12월로 당시에는 이미 1차 종금사 인허가가 끝난 시점”이라며 “로비를 받은 사실은 물론 종금사 쪽 사람들을 만난 사실조차 없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