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인허가를 둘러싼 비리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김영삼(金泳三)정권의 실세 정치인과 전 재정경제원 수뇌부, 종금사 대표들이 주요 수사대상이라는 보도다. 검찰은 이미 수사대상자를 무더기로 출국금지하고 로비창구로 알려진 종합금융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금사는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범의 하나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환란(換亂)의 직접적인 원인과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선정 의혹에 이은 종금사비리 수사착수는 전정권의 경제실정(失政)에 대한 검찰수사가 상당히 깊숙이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형사처벌 대상자와 혐의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이번 수사의 목적이 경제위기의 원인규명과 재발 방지에 있다는 점이다. 국민경제를 파산지경으로까지 몬 불행한 사태의 원인을 찾아내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특정 공직자가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금품수수 등을 통해 경제위기를 초래하거나 가중시키지 않았는지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책임소재가 밝혀질 경우 응분의 형사처벌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것은 재발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수사대상자가 누구든 성역없이 공정하고 엄정한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수사가 착수되자마자 ‘표적수사’니 ‘보복수사’니 하여 초점을 흐리려는 일부 정치권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 94년에 종금사로 전환된 9개 단자사중 4개가 부산 경남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당시 실세 정치인의 개입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혐의자는 조용히 검찰수사에 응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정략적인 집단 의사표시로 수사를 방해하려 하거나 사건을 정치적으로 희석시키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검찰로서는 이번 수사에 명예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 후 검찰이 맡은 가장 큰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검찰의 도덕성과 명예는 정권교체를 전후해 몇가지 정치적 사건에서 보인 편향적 인상이나 최근 판검사 비리사건에서 크게 떨어졌다. 만의 하나 검찰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 잣대로 재거나 여야 인사를 차별해 수사한다면 그 결과는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권은 검찰에 어떤 작용을 미치려는 유혹을 끝까지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과거 경험에서 보듯 검찰의 중립성은 물론 정치권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번 수사가 정계개편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일부 시각을 기우(杞憂)로 만들기 위해서도 검찰은 공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