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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금사 부실 배경]94년부터 외환-리스사업 무리수

입력 | 1998-04-16 20:29:00


검찰의 외환위기 수사 초점이 종금사로 쏠리며 전 현직 재정경제부(구 재정경제원) 관리에 대한 비리의혹이 더욱 커지자 재경부 관리들은 몹시 당혹해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고위 간부는 “93년 박재윤(朴在潤) 당시 청와대경제수석의 신경제5개년계획에 따라 종금사 전환 규정이 만들어졌다”며 “재경원은 이에 따라 94년과 96년 두 차례에 걸쳐 인가를 내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재경부 간부는 “대통령선거 6개월 전인 92년6월 당시 재무부가 투금사의 종금사 전환을 시도하다 여론에 부닥쳐 포기했다”면서 “(그 이후의) 전환조치는 재경원 윗선의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92년 종금사 전환 약속을 미끼로 투금사로부터 정치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것이 당시 금융권의 해석.

특히 94년 1차 전환과정에서 9개 전환 종금사 중 부산 동해 반도 경남투금 등 4개사가 당시 여당의 정치기반이던 부산 마산지역에 집중된 점과 96년 2차때 자본금이 전액 잠식된 충북투금 등 3개 부실투금사가 종금사로 인가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구 집권여당의 실세였던 부산 경남 연고의 H K P H씨와 홍재형(洪在馨) 당시 부총리가 깊게 개입됐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처럼 무리하게 태어난 24개 후발 종금사는 단순한 기업어음(CP) 거래만 하다 외환거래까지 하게 되자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94년말 30개 전체 종금사는 총 2백10억달러를 들여왔으나 마땅히 대출해줄 곳을 찾지 못하자 수익성이 낮은 볼링장 및 골프장 시설 등 리스사업에 무리하게 손대 부실을 키웠다.

작년 초부터는 이 돈을 인도네시아 태국에 대출해주었으며 동남아시아 경제위기가 터지자 20억달러나 물려버렸다. 미국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하자 종금사들은 국내에서 달러를 마구잡이로 조달, 외환시장을 교란시켰고 이는 외환위기의 한 요인이 됐다.

한편 현재 영업중인 서울지역의 한 종금사 사장은 “94년 전환 당시 서울지역 투금사들은 재무구조가 좋았고 정부도 업종전환을 장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인허가를 얻기 위해 로비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병희·송평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