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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전면 재조정]환경단체-전문가들 일제히 반대

입력 | 1998-04-16 20:29: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건설교통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그린벨트를 전면 재조정하기 위한 환경 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지시한데 대해 환경보전을 주장하는 각 단체와 전문가들은 일제히 반대 의사를 표하고 나섰다.

▼시기가 문제다〓환경단체들은 지방선거를 2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그린벨트의 범위를 재조정하자는 논의 자체가 선거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주장한다. 특히 여권 후보의 입장에선 그린벨트에 대한 민원 해소 차원에서 개발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혜애(金惠愛) 녹색연합 기획조정실장은 “그린벨트 조정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범국민적인 논의를 거쳐야 할 문제”라며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점에 국민적인 합의도 없이 무리하게 처리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의 기본이 바뀌어야 한다〓그린벨트는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보존할 대상’으로 보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세계 각국이 모두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은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얘기.

이들은 또 서울의 녹지비율(5%)이 세계 도시지역 최저녹지비율(30%)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에서 그린벨트를 풀자는 논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유휘종(柳輝鍾)경실련 환경개발센터 간사는 “제주도의 경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과 같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그린벨트가 30% 이상 풀렸다”며 “그린벨트 보존을 기본으로 하는 이용실태조사와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이 민원해소의 지름길은 아니다〓정부는 그린벨트 해제의 명분으로 그린벨트 지역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문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전론자들은 보존을 원칙으로 그린벨트문제에 접근하면서 주민들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발을 통해 주민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효과보다는 땅값폭등에 따른 폐해가 훨씬 클 수 있으므로 ‘환경세(그린벨트세)’ 등을 신설, 이들의 재산손실을 보전해주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황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