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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전면 재조정/정부구상]「非녹지」지역부터 해제

입력 | 1998-04-16 20:29:00


“하남시 전체 면적의 98%를 차지해 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개발제한구역을 60%만 남기고 나머지는 해제해 주기 바랍니다.”

경기 하남시의회는 최근 건설교통부에 이같은 내용의 민원 서한을 발송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청와대와 건설교통부에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거나 보상해 달라는 민원 편지가 쇄도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건교부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개발제한구역의 해법은 “녹지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해제하고 보전 필요성이 있는 곳은 지가증권을 발행해 국가가 매입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황〓14개 권역으로 나뉘어 설치된 그린벨트는 5천3백97㎢로 전체 국토면적의 5.4%를 차지한다.

그린벨트 안에서는 건축과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도시계획사업 등 도시개발 행위가 금지돼 28만2천가구 96만5천명의 주민이 겪는 생활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린벨트와 바로 옆 개발지역의 땅값 차이도 엄청나다. 전국 개발제한구역주민협회가 최근 일산의 일반 주거지역과 그린벨트 간 땅값(시가)을 자체조사한 결과 최고 4배나 차이가 났다. 그린벨트 내 산황동은 1㎡에 30만원인 반면 마두동은 1백20만원이었다. 상업용지는 1백50만∼1백60만원을 호가해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정부는 그린벨트 지정 이후 모두 46차례에 걸쳐 규제를 완화해 주민의 생활불편을 덜어주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골격은 손대지 않아 그린벨트 5천3백97㎡가 고스란히 유지됐다.

▼해제대상 검토지역〓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문민정부 출범 직후 그린벨트 제도를 손질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어디를 풀고 어디를 남길 것이냐’하는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일부를 무너뜨리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후유증이 두려워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선에서 그쳤다.

김대통령은 과학적인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녹지가 필요없는 곳은 해제하라고 말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업시행자가 개발사업을 벌이기에 앞서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

그린벨트를 재조정하기 위한 환경영향 평가를 국민회의에서는 환경재(環境材) 가치평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교부는 무질서한 도시확산을 막는 그린벨트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녹지가 아닌 곳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대의 고민거리는 해제지역과 비해제지역 주민간의 갈등과 불만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모아진다.

배병헌(裵秉憲)전국개발제한구역주민협회장은 “그린벨트의 40%를 차지하는 비녹지를 해제하면 그린벨트 밖 준농림지와 녹지의 무질서한 개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린벨트 재조정 요구는 그린벨트가 전체 행정구역 면적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는 도시에서 가장 높다. 경기 하남 의왕 시흥 과천, 부산 강서구 기장군, 광주 남구, 대전 동구, 대구 북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재원 조달 방안〓건교부는 그린벨트 해제에 따라 개발되는 지역의 개발부담금으로 그린벨트 보상비의 일부를 충당하고 훼손부담금(가칭)을 부과해 이를 전용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김대통령이 밝힌 국채의 일종인 지가증권의 규모를 약 10조원으로 잡고 있다. 건교부 토지관리특별회계 또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발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건교부와 국민회의에서는 국유지가 그린벨트의 4배에 달하기 때문에 국유지를 팔아 그린벨트 매입비를 충당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 사람도 있다.

〈이 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