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원자재 지원자금을 풀라고 했다는데 막상 은행창구에 가보면 그게 아니에요.”
“맞습니다. 우리 협회 차원에서 당국에 건의라도 해보는 게 어떨까요.”
14일 오후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 대전무역상사협의회의 월례 운영위원 모임 참석자들이 사업의 애로를 털어놓고 있었다.
회장을 맡고 있는 김수경(金秀經)유니온케미컬사장은 “수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협의회 활동이 어느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올 2월 대전과 충남지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2,25.6%씩 늘었다. 이은삼(李殷三) 무협 지부장은 “지금까지 국내시장만 상대하던 업체들이 ‘수출쪽으로 전환해보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전했다.
수출촉진엔 지자체도 열심이다. 충남도는 2월해외통상지원단을 서울 역삼동에 개설, 도내 기업들에 해외바이어 소개와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수출에 유리한 조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금리에다 부대비용 상승이 걸림돌이에요. 게다가 바이어들은 가격을 깎아달라고 난리죠.”
지난해 오토바이복 3천만달러 어치를 수출해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한일 박은용(朴恩用)사장도 이렇게 얘기할 정도다.
조립금속업체인 P사측은 “수출 주문이 늘면서 설비증설을 하려고 했지만 금융권이 돈을 풀지 않는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한편 이 지역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대덕 주변 벤처기업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충격을 비켜갔다. 직원 30명 안팎의 벤처기업 60여개가 모여 만든 ‘대덕 21세기’는 2,3년내 수백개로 늘어날 전망. 그때는 지역경제의 확실한 ‘얼굴’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충청 지역과 비슷한 ‘소비형’ 경제체제인 광주전남 지역.
이 지역의 대표적 대기업인 아시아자동차가 작년 부도를 내면서 지역경제는 치명상을 입었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2만3천명에 이르는 아시아자동차는 광주 지역경제의 30%를 차지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절대적인 비중. 자동차사업이 잘 안되니 근로자들의 소비가 줄고 이어서 음식점 술집 택시등도 손님이 격감,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광주 하남공단의 경우 6백개 업체 가운데 IMF이후 부도를 낸 업체는 11개로 수치상으로는 건실한 편. 그러나 ‘속’은 그렇지 않다. 한 업체 대표는 “제품을 납품하고도 현금을 못만지고 있다”면서 “지역 전체적으로 돈줄이 아예 말라붙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지역도 곳곳에 ‘상처’ 투성이다. 목포 인근 대불공단의 4백만평 부지에 입주한 기업은 20여개, 분양률이 겨우 23%. 그나마 상당수가 작년말 이후 쓰러졌다. 빈 터 곳곳에는 잡초가 무성해 황량하다.
〈광주·대전〓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