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초 재선의원들이 ‘대반란’을 일으켰다. 여야 3당총무가 잠정합의한 선거법 개정안 선별처리 방안을 기립표결에 부쳐 전면 백지화해버린 것이다.
강경파 초 재선의원들은 연합공천 금지와 기초단체장 임명제를 제외하고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지화에 찬성한 의원들은 연합공천을 허용하면 한나라당 후보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민주정당이 총의를 모아 당론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당론변경 과정에서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럼에도 총무가 총재단의 추인을 받아 여당과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뒤엎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20일간의 마라톤협상 합의내용을 전면 백지화하려면 최소한 누가 무슨 이유로 백지화에 찬성했는지를 당당히 밝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한나라당은 토론과 표결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당론이 수시로 바뀐대서야 앞으로도 여야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심스럽다.
초 재선의원들을 설득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도 문제로 꼽힌다. 조순(趙淳)총재가 나서서 잠정합의안 수용을 호소했지만 강경기류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계파 보스라는 부총재들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 김윤환(金潤煥)부총재는 아예 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이한동(李漢東) 김덕룡(金德龍)부총재는 침묵했다.
신상우(辛相佑)부총재만 세차례나 나서 강경파 설득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한 중진의원은 회의장을 나서며 “당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이래서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김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