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들과 직접 협상이라도 벌여야 하나.”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총재 권한대행은 16일 청와대 주례보고를 위해 당사를 나서면서 이렇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홍위병’이란 총재단회의의 결과마저 마음대로 뒤집는 한나라당내 강경파 초 재선의원을 빗댄 말. 실제로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15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초 재선의원들은 합의 내용만을 우선적으로 처리키로 한 여야총무 및 한나라당 총재단회의의 결정을 뒤집었다.
한나라당 총재단은 물론 협상의 파트너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수뇌부는 허탈했다. 10일 전당대회를 계기로 한나라당이 뭔가 바뀔 것으로 기대했지만 15일의 협상과정은 ‘초선 총재’‘재선 대표’의 한나라당 현실만을 재확인해주었다.청와대가 주축이 돼 물밑에서 추진했던 여야 영수회담마저 조순(趙淳) 총재의 지도력 부재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여권내에서는 야권과의 ‘대화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기 목 베는 줄도 모르고 한나라당 초 재선의원들이 칼춤을 추고 있다”고 개탄했다.
국민회의 수뇌부가 1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주례 회동에서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강하게 건의한 것도 이같은 현실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