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지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란 지리철학에 입각해 국토를 지혜롭게 파악하고 있었지만 일제를 거치면서 백두대간은 물론 전통적인 지리철학마저 깡그리 사라져 버렸다.
최근에야 몇몇 학자들과 산악인에 의해 약간씩 복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과 강의 조화’를 기본 원리로 하는 우리나라의 지리 개념은 오늘날 환경이론의 기본개념으로 적당할 뿐만 아니라 국토개발의 기본철학이 되고 국가행정구획을 정하는 기초가 되는 등 그 가치가 지대하다.
지금 충북 속리산 문장대 근처의 용화온천 분쟁도 그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경북 상주시의 행정구역이 백두대간을 침범하여 구획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용화온천의 개발이익은 상주시민이 갖고 폐수와 오물은 충북의 보은군민이 고스란히 덮어쓰게 된 것이다. 강원 명주군과 정선군의 경계에 위치한 자병산 개발을 둘러싼 분쟁도 그렇다. 우리나라 지리의 골격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을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채취하기 위해 송두리째 잘라버리는 기업과 백두대간을 보존해 생태계와 환경을 보호하려는 백두대간보존협회와의 싸움이다.
필자는 합법을 내세워 개발을 강행하고자 하는 논리에 대항하기 위해 백두대간보존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백두대간을 보존하는 것이 법 정신에 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탄할 일은 백두대간에서 가지 쳐 나간 금북정맥 바로 위에 20여층 짜리 고층빌딩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백두대간이나 정맥은 곧 강물의 발원지를 의미하며 생태계의 이동통로이기도 하다. 이러한 왜곡현상은 1910년 도쿄대학 지질학 교수인 고토 분지로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광복 50년이 넘도록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우리 학계의 책임이 크다. 지금이라도 지리 환경 법률 등 관련학자와 국회의원 언론인 산악인이 중심이 되어 백두대간 학회를 만들어야 한다. 법과 지리교과서를 고칠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로잡아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기 위해서다.
한복룡 (충남대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