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경」(노자 지음/현암사 펴냄)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 대해 말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세월일지도 모른다. 인생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는 우선 나 자신을 먼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은 지나 보낸 세월의 선물이다. 젊은 나이에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힘든 것은 아마도 그 이유일 것이다.
옛날, 옛날 책 속에 숨은 ‘인생’의 비밀이 담겨 있다.
도덕경은 기원전 6세기에 살았다는 노자(老子)가 남긴 ‘도와 덕에 관한 경전’이다.
도덕경 전체를 이루는 많은 사상과 메시지 중에 유독 내 마음을 빼앗는 것은 물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8장 첫머리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구절이 있다. 더듬거리며 풀이하자면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물은 ‘도’에 있어서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상징이며 일종의 도구다.
물이란 무엇인가. 사람과 공기 사이에 늘 말없이 존재하며 모든 만물을 이롭게 하는 생명의 근원이다. 물의 존재 방식은 한사코 낮은 데로 흐른다는 것이다. 물은 길쭉한 그릇에 들어가면 길쭉해지고, 동그란 그릇에 들어가면 둥그레지고, 추우면 굳고 더우면 풀어지고 뜨거우면 날아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곧 물의 ‘겨루지 않음’과 ‘자기 낮춤’을 일컫는 것일 게다. 성서의 ‘누구든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나 혹은 불교의 무아(無我), 즉 ‘나를 비우는 것이 나를 완성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도덕경 전체를 아우르는 가르침 가운데 하나는 부드럽고 연약한 것일수록 굳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젊은 날의 독선과 아집과 자만을 버리고 물처럼 한없이 한없이 낮아지는 것이…. 세상의 속악한 감정들로 들끓고 있는 내 마음을 다스릴 때, 물의 위력을 떠올리며 물처럼 물처럼 낮아지자고 조용히 읊조린다.
책 중에는 한번 읽고 다시 들춰보지 않는 책과 평생을 곁에 가까이 두게 되는 책이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삶이 부박하다고 느낄 때일수록 다시 옛 어른들의 고전(古典)을 찾아 읽는다.
조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