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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진애/그린벨트 「구조조정」의 해법

입력 | 1998-04-18 20:12:00


27년 동안 기본틀을 지켜온 거의 유일한 정책, 그린벨트. 국토 도시환경에 관한 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정책이다. 온 금수강산이 개발로 들끓어도 지켜온 푸르른 녹지띠다. 비무장지대 녹지는 할 수없이 생겼지만 그린벨트는 우리의 의지로 만들었다. 이제 그린벨트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현명한 의지로 일관해야 한다.

그린벨트 구조조정은 분명 필요하다. 27년전의 안보상황, 일률 억제 도시관리, 막연한 환경보호는 이제 유효치 않다. 개구리 뛰듯 도시 외곽으로 뻗은 도시개발에도 새 계기가 필요하다. 40여번의 산발적인 규제완화도 원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않았다. 그린벨트를 야금야금 파먹은 공공시설 역시 이용 활성화에 한계가 있고 행정편의에 대한 반발을 낳는다.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심리때문에 일어난 투기, 의도적인 훼손에도 쐐기가 필요하다. 약간만 조정해도 바람직한 도시관리가 되련만, ‘신성불가침’의선때문에일어나는 비합리적인 도시계획 문제도 적지않다.

구조조정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다. 개발 쉼표가 있고, 온 분야에서 합리적인 구조조정의 의지도 있다. 무작스레 선 긋던 70년대와 달리 철저한 소유, 이용, 수요조사와 첨단 지리정보시스템의 이용과 인벤토리 관리의 기술력이 있다. 환경친화적 개발방식 역시 고안할 수 있다. 원칙과 기준을 세울 적시다. 누덕누덕 고치기로 21세기를 맞을수는 없다.

어떤 기준, 어떤 방식의 구조조정이냐가 관건이다. 일곱 가지를 들어보자.

첫째, 단기간에 한꺼번에 풀지 말자. 부동산 경기 활성화의 목적이라면 더구나 별효과도 없다. 예컨대 고밀도 택지개발을 허용하면 단기건설부양책은 될지언정 미분양에 시달리는 전반적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원칙 세우기는 빠르게, 시행은 전략적으로 하여야 한다.

둘째, ‘활용 생산성’을 우선순위로 보자. ‘생산적 복합개발’유치란 제일 순위가 될 것이다. 정보산업 유통물류산업 생명공학산업 도시레저산업 등 고용창출 고부가가치 세계기술자본유치가 가능한, 또한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가능한 산업들이다. 이들은 도시지역 주변부 및 외곽 주거단지의 인구를 활용하는 신형 생산기지로서 21세기형 도시를 구현할 것이다.

셋째, 지자체별로 차등을 인정해야 한다. 잘못된 형평성 개념 때문에 혹시 일률적 백분율로 나누기식이 될까 걱정이다. 자치단위내 그린벨트 비율이란 별의미가 없다. 자치단위별 특성이 있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그린벨트의 활용이 지역개발 또는 국가경제개발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넷째, 이미 훼손된 땅 위주로 완화하여서는 안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만들지 말자. 대체활용과 환경보전의 효과에 따라 선별되어야 한다.

다섯째, 그린벨트 완화 해제에 따른 대체녹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린벨트의 부정적 측면은 도시총량적인 녹지비율은 높은데 도시민에게 불용한 녹지라는 것이다. 도시외곽은 푸르른데 시가지는 빼곡이 개발되어 도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다. 차제에 이 균형을 맞추는 원칙이세워져야한다.지자체의 신중한 계획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여섯째, 환경친화적 개발방식을 차제에 정착시키자. 기존 고밀도 택지개발, 무분별한 개별개발이 아니라 그린벨트내 환경친화적 개발의 모델을 통해 보급형 환경기술개발도 촉진하자.

일곱째, 그린벨트 구조조정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 다만 모든 이익집단이 합리적으로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데 동참하되, 최종의 ‘구역조정 승인권’과 ‘재원조달 및 사용권’은 중앙의 조정에 일임하고 승복해야 한다. 공공의 책임있는 권위를 세우자. 그린벨트 구조조정은 21세기 국토 경제 산업 환경 등 다목적 정책의 구현을 위한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30여년을 아껴온 보물, 정말 보물답게 쓰고 더 보물스럽게 만들자.

김진애(도시건축가·서울포럼 대표)